나는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곳들을 기록한다.
한국의 건물들은 연약하다.
시간의 흔적들이 쌓여 있는 곳들.
누군가가 마음을 써서 꾸며놓은 곳들.
개성있는 얼굴을 가지고 있는 곳들.
이런 매력적인 건물들은 왜인지 금방 허물리고
비슷하게 생긴 무미건조한 건물들로 대체된다.
어디 공장에서 막 찍어낸 듯한 모습들.
그렇기에 좋은 곳을 봐도 반가움 이면의 불안함을 먼저 느낀다.
언제 소리 소문 없이 없어져 버릴지 모를 존재이기에.
내 작업은 익숙한 동네의 풍경이
개발로 인해 한순간에 변해버렸던 기억에서 시작되었다.
이로 인해 이 세상에 모든 곳들은
언제 사라질지 모를 불안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 거리를 걸으며 보이는 건물 하나에도 애착을 느낄 때가 많아졌다.
이 불안함과 공존하는 곳들을
가볍고 연약한 잡지 조각들로 영원하길 바라고 있다.
쉽게 잊히고, 금방 사라져버리기도 하는 이들은
그 자체로도 불안정함을 지니고 있다.
이런 재료로 다시 건축하는 일을 하고 있고,
조각들은 정해져 있지 않고, 온전히 운에 의해 선택되기에
약간의 어긋난 모습으로 남기도 한다.
보려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어떤 한 장소의 역사와도 같은,
마치 작은 랜드마크 같기도 한, 가치 있는 곳들은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이들을 기록해 남김으로써, 익숙하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
근본적으로 내재된 불안함과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좀 더 천천히 변해도 되지 않을까.
한국의 건물들이 그 자리에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내 작업이 주변의 건물들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